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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 TECHNOLOGY

AI에게 소리를 분류하게 할 때,
사람에게 남는 질문

빠르게 이름을 붙이는 것과 쓸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운드 분류 실험에서 생각해보는 작업의 기준.

사운드와 기술정사인약 3분
소리의 파형과 공명을 표현한 그래픽
Sound & Technology · 사운드 작업의 질문들

최근 AI를 사운드 분류 작업에 연결해보는 실험을 기록했습니다. 소리를 만드는 사람에게 자료를 정리하는 일은 제작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소리를 찾을 수 있어야 다음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좋은 소리가 저장되어 있어도 꺼내 쓰기 어렵다면, 그 가능성은 폴더 안에 머물게 됩니다.

AI가 이 과정의 일부를 도와줄 수 있을까. 제 관심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다만 자동으로 이름표를 붙일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이름표가 실제 제작에서 유용하다는 판단 사이에는 살펴볼 것이 많습니다.

정답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소리

가령 짧고 거친 마찰음이 있다고 해봅시다. 재질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금속 소리일 수 있고, 움직임을 기준으로 보면 긁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장면 안에서는 긴장을 높이는 질감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소리 안에 재질과 행동, 인상과 용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분류를 시작하기 전에 질문해야 합니다. 무엇을 찾기 위한 정리인가. 녹음된 대상을 알아보기 위한 것인지, 장면에 어울리는 감각을 찾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달라집니다. 이 질문 없이 분류 항목만 늘리면 이름표는 많아져도 선택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구에 앞서 기준을 만든다

제가 생각하는 출발점은 AI에게 모든 판단을 한 번에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분류의 목적을 정하고, 제안된 결과를 사람이 들으며 살펴볼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확실하지 않은 소리라면 억지로 한 칸에 넣기보다 다시 들어볼 대상으로 남겨둘 여지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도구가 얼마나 그럴듯한 설명을 만드는가보다, 작업자가 그 설명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입니다. 원래의 소리를 다시 듣고, 필요한 맥락을 보태고, 맞지 않는 분류를 고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리는 한 번의 결과물이 아니라 다음 작업을 돕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빨라진 만큼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AI를 사용하는 이유를 속도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반복되는 정리에 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면, 그 여유를 소리를 듣고 장면과의 관계를 판단하는 데 쓰고 싶습니다. 도구를 연결하는 일의 의미는 결국 작업의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지에 있습니다.

아직 이 실험을 완성된 답으로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분류의 정확도나 작업 시간의 변화도 따로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은 어떤 기준을 세우면 소리가 더 잘 발견되고 더 잘 쓰일 수 있을지, 그 질문을 작업 안에서 이어가려 합니다.

글 · 정사인모든 칼럼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