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OON●HOL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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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NOTES

바다를 녹음한다는 건,
시간을 남기는 일

파도가 지나가는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듣는 것. Nature Soundscape527을 시작하며 생각하는 자연의 소리와 기록의 태도.

바다와 소리정사인약 3분
Nature Soundscape527 낙산해수욕장 영상의 바다 풍경
Nature Soundscape527 · 낙산해수욕장 영상에서

저는 오랫동안 장면에 필요한 소리를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게임에서는 눈앞에 없는 세계도 소리로 설득해야 합니다. 작은 움직임에 질감을 더하고, 공간에 깊이를 만들고, 플레이어가 다음 순간을 예상하게 하는 일입니다. EIM을 창업하고 사운드 디렉터로 일해온 28년은 그렇게 소리와 장면의 관계를 고민해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Nature Soundscape527에서는 그 질문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장면을 위해 소리를 더하는 일에서, 이미 그곳에 있는 소리를 듣고 남기는 일로. 낙산의 바다와 설악해수욕장의 새벽, 붉은 달이 뜬 밤바다를 영상과 소리로 나누는 이유입니다.

반복되는 소리에도 표정이 있다

파도는 비슷한 모양으로 밀려오지만 한 번도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가까이 부서지는 물결과 멀리서 이어지는 낮은 울림 사이에는 작은 변화가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재미는 특별한 사건 하나를 찾아내는 것보다, 그 변화를 따라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다를 기록할 때는 무엇을 담을지와 함께 얼마나 오래 머물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짧은 장면은 풍경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긴 호흡의 영상은 그 풍경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 8시간으로 이어지는 채널의 영상에는 그런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면을 계속 바라보지 않아도 소리는 일상의 곁에 남을 수 있습니다.

기술은 풍경을 전하기 위한 선택

현장 녹음에는 마이크와 촬영 장비, 편집과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비의 이름만으로 어떤 기록을 만들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바다라도 무엇에 귀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풍경은 달라집니다.

제가 이 작업에서 붙잡고 싶은 기준은 자연의 리듬이 충분히 들리는가 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것만큼, 작은 변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살피는 일도 중요합니다. 듣는 사람의 공간 안에 바다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 그 질문이 녹음과 편집의 방향을 정해줍니다.

하루의 곁에 두는 풍경

바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 창 하나를 열듯 영상을 켜두고, 잠시 다른 장소의 시간을 들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집중하는 동안의 배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여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Nature Soundscape527은 이제 시작한 채널입니다. 멋진 풍경을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곳에 흐르던 시간을 나누는 기록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소리를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충분히 듣는 쪽에 더 오래 머물러보려 합니다.

글 · 정사인모든 칼럼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