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PERSPECTIVE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디렉팅은 더 선명해야 한다
만들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시대.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연결할지 결정하는 창작자의 역할을 생각한다.
AI와 창작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입니다. 저 역시 새로운 도구를 작업에 연결해보며 그 가능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운드 디렉터로서 놓치고 싶지 않은 질문이 있습니다. 여러 결과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왜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소리는 혼자 놓였을 때와 장면 안에 들어갔을 때 다르게 들립니다. 인상적인 소리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가릴 수 있고, 작고 단순한 소리가 필요한 감정을 정확히 전할 수도 있습니다. 디렉팅은 그 관계를 살피고 작업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다는 말 다음에 필요한 설명
결과물을 두고 좋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다음 선택을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간의 느낌이 맞는지, 움직임의 무게가 전해지는지, 다른 소리와 겹쳤을 때도 의도가 살아 있는지. 판단의 이유가 구체적일수록 함께 작업하는 사람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AI를 사용할 때도 이 기준은 필요합니다. 결과를 더 받아보는 것과 방향을 더 분명히 하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제작의 목적을 짧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반복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남길 것을 고르는 일, 덜어낼 것을 아는 일
창작은 무언가를 더하는 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장면에 이미 충분한 정보가 있다면 소리가 한 걸음 물러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강조되어 있으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흐려집니다. 무엇을 만들지와 함께 무엇을 덜어낼지 결정하는 것도 디렉팅의 일부입니다.
저는 도구가 제안한 결과를 최종 판단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검토할 수 있는 재료로 다루고 싶습니다. 결과가 만들어진 방식과 별개로, 그것을 작품 안에 놓는 선택에는 설명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나눈다는 것
M9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일도 이 질문과 이어집니다. 도구의 사용법과 함께, 소리를 듣고 선택의 이유를 말하는 감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특정 도구에 익숙해지는 것과 스스로 작업의 방향을 세우는 것은 서로를 보완해야 합니다.
28년의 경력이 새로운 도구에 대한 답을 미리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떤 질문을 계속 붙잡아야 하는지 생각할 바탕은 됩니다. 앞으로도 도구를 배우고 실험하되, 내가 무엇을 전하려 하는지 설명하는 일을 작업의 중심에 두고 싶습니다.